[2022. 8. 8- 8. 14, 2022 여름 성수박스 초대전]
Editor's note
이 세상이 현실이라고 확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누군가가 창조한 가상현실속의 캐릭터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심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당신의 세계를 만들어 낸 창조주이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손으로 빚어낸 하나의 작품, 그 안에는 하나의 우주가 들어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한 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Build the Name
안안 작가는 미지의 세계를 하나씩 세워 나갑니다. 기존 전시에서 미지의 도시에 이름을 찾아 주었습니다. 한번의 붕괴를 겪었던 도시를 회복하는 과정, 계획적이기 보다는 임시방편으로 복구되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를 합니다. 하나의 세계를 꾸준히 완성해나가는 작가의 연작을 따라가봅니다.

Modeling of Dark Opal 1, white clay, hand-building, firing temperature 1250℃, 230x119x249mm, 2022
Q.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활동명에 얽힌 의미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되도록 작품으로만 기억되고 싶어서 이전부터 활동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 안 이전에 다른 활동명이 있었고 그 활동명으로 짧지 않게 활동했습니다만, 저의 바람이 들어간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바꾸었습니다. 활동명 안 안은 즐겁고 화평하다는 뜻의 '안안하다' 와 본명의 성씨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성씨도 이름도 같은 글자이면서 외자인, 개성 있는 이름이라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Q. 2021년, 아웃오브더박스 버티박스에서 전시하셨던 작품의 세계관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이와 관련된 작가님의 작품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Jazzy stone as a bullet은 시드 크라슈(Sid Crashoo) 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복수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의 제목이자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상화하여 제작한 작품들의 모음집의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시드 크라슈(Sid Crashoo)는 유년 시절 '대전쟁'의 시대를 겪어내며 부모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첫 상실을 경험합니다. 이후 성장하며 첫 상실의 원인 앞에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한 채로 살아갑니다. 그 시간을 함께한 유일한 유대감의 대상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두 번째 상실을 경험하는데, 두 상실의 경험이 서로 오버랩되며 본격적인 복수를 계획하게 됩니다.
👉🏼 지난 전시 <Fragment of the jazzy stone> 보기
이야기 속 요소들을 기반으로 맨즈웨어 컬렉션 - 세라믹 오브제 - 믹스미디어 오브제 - 일러스트레이션 스토리보드로 이어지는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시드 크라슈(Sid Crashoo)를 뮤즈로, 맨즈웨어 컬렉션을 전개하였고 세라믹 오브제 (총 9점의 화병)를 통해 이야기 속 시드의 심경을, 믹스미디어 오브제에서는 시드가 사는 이름없는 도시(the unknown city)라는 배경의 이미지를 구상화했습니다.
스토리보드 형식의 일러스트레이션(총 8점)에서는 시드의 이야기를 8개의 보드로 나누어 시드의 삶에서 반복되는 상실과 복수를 그려냈습니다. 작품을 전개해나가며 캐릭터-스토리-배경의 진화를 꾀합니다.

Q. 현재는 어떤 작업들을 하고 계신가요?
Jazzy stone as a bullet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더 만들어 나갈 이야기가 있고, 만들어 나가며 보고 싶은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야기와 인물, 배경은 작품을 전개해나가며 가감을 거쳐 진화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방식과 시선으로 이야기와 주인공을 진화시키고 싶습니다.
Q. 스토리를 구성하는 타이틀을 정해 놓고 작업을 하시는 방식이 아주 흥미진진 합니다. 판타지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고요. 최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이전 작품들이 인물과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번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배경에 초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전 작품 Light road of the unknown city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작품을 제작할 당시에 시드가 사는 배경, 도시의 이름은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도시'라는 말에서 전해지는 모호함과 그럼에도 실재할 것만 같은 존재감이 딱 제가 배경을 구상하며 느끼는 도시의 인상이었으니까요.
이번 작품 제작을 시작으로 시드가 사는 도시의 이름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그 이름은 Dark Opal입니다. Dark Opal은 어두운 회색빛의 오팔 보석을 뜻합니다. 비추는 각도에 따라 선명하고도 날카로운 원색이 빛나고 그 빛들을 짙고 어두운 안개가 감싸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특징이 시드가 사는 도시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리즈 구상 초기에 이미 Dark Opal은 이야기 속 핵심 소재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시드가 마지막 복수에 쓰일 총알을 만들때 그 보석을 사용했습니다. 어쩌면 도시의 이름이 그 보석 이름인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짙고 어두운 복수라는 안개가 시드를 뒤덮고 있었으니까요.
Modeling of Dark Opal 1은 그것을 구체화하는 첫 시도입니다. 앞선 작업에서 단순화한 도시의 인상을 표현했다면, 이 작업을 필두로 이야기 속 도시를 이루고 있는 구조물과 그것들의 부분적 요소들에 대한 탐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이 도시는 전쟁으로 인한 붕괴를 경험합니다. 따라서 붕괴의 흔적이 느껴지는 요소와 붕괴 이후, 엉성하지만 그 잔해들을 덮어씌우거나 임시방편으로 가려놓은 듯한 구조가 동시에 보입니다. 붕괴 이후 기존의 것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진취적인 분위기의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이중 구조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구조와 요소들을 그려내고 제작할지 저로서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번 작품을 포함하여 앞으로 제작될 작품들을 통해 시드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상상하고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 작가님께서 작품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 다음엔 내가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에 대한 강한 호기심입니다. 그리고 호기심을 풀어나가며 느끼는 희열은 그다음으로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Q.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울만큼 커다란 활동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세계를, 그리고 작품을 창작하는데 쏟는 마음가짐은 어떠하신가요?
과정이 곧 결과라는 마음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에게 있어 창작은 탐구 방법의 일종입니다. 물론 도달하고자 하는, 완성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계획한 결과만을 보고 작업을 한다면, 수많은 재료 실험과 구상 과정에서 만나는 신선한 변수들을 미처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급 해져 그것들을 지나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들이 다음 작업에서 새로운 방향과 결과가 되어줄지 모르는 일인데요. 그렇기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떤 새로움을 만나게 되는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급해지는 것을 경계 하려 합니다. 그리고 작업을 하는 동안 어딘가 석연치 않고, 의구심이 들 때 '탐구의 주체로서 나는 지금 즐거운가?' 을 반문합니다.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호흡을 길게 가져가더라도 지치지 않을 테니까요.
Artist Profile
개인전
2021 아웃오브더박스 버티, Fragment of the jazzy stone
학력
2019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의상디자인 학과 졸업
작품 소장
양구백자박물관
[2022. 8. 8- 8. 14, 2022 여름 성수박스 초대전]
Editor's note
이 세상이 현실이라고 확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누군가가 창조한 가상현실속의 캐릭터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심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당신의 세계를 만들어 낸 창조주이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손으로 빚어낸 하나의 작품, 그 안에는 하나의 우주가 들어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한 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Build the Name
안안 작가는 미지의 세계를 하나씩 세워 나갑니다. 기존 전시에서 미지의 도시에 이름을 찾아 주었습니다. 한번의 붕괴를 겪었던 도시를 회복하는 과정, 계획적이기 보다는 임시방편으로 복구되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를 합니다. 하나의 세계를 꾸준히 완성해나가는 작가의 연작을 따라가봅니다.
Modeling of Dark Opal 1, white clay, hand-building, firing temperature 1250℃, 230x119x249mm, 2022
Q.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활동명에 얽힌 의미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되도록 작품으로만 기억되고 싶어서 이전부터 활동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 안 이전에 다른 활동명이 있었고 그 활동명으로 짧지 않게 활동했습니다만, 저의 바람이 들어간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바꾸었습니다. 활동명 안 안은 즐겁고 화평하다는 뜻의 '안안하다' 와 본명의 성씨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성씨도 이름도 같은 글자이면서 외자인, 개성 있는 이름이라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Q. 2021년, 아웃오브더박스 버티박스에서 전시하셨던 작품의 세계관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이와 관련된 작가님의 작품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Jazzy stone as a bullet은 시드 크라슈(Sid Crashoo) 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복수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의 제목이자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상화하여 제작한 작품들의 모음집의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시드 크라슈(Sid Crashoo)는 유년 시절 '대전쟁'의 시대를 겪어내며 부모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첫 상실을 경험합니다. 이후 성장하며 첫 상실의 원인 앞에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한 채로 살아갑니다. 그 시간을 함께한 유일한 유대감의 대상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두 번째 상실을 경험하는데, 두 상실의 경험이 서로 오버랩되며 본격적인 복수를 계획하게 됩니다.
👉🏼 지난 전시 <Fragment of the jazzy stone> 보기
이야기 속 요소들을 기반으로 맨즈웨어 컬렉션 - 세라믹 오브제 - 믹스미디어 오브제 - 일러스트레이션 스토리보드로 이어지는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시드 크라슈(Sid Crashoo)를 뮤즈로, 맨즈웨어 컬렉션을 전개하였고 세라믹 오브제 (총 9점의 화병)를 통해 이야기 속 시드의 심경을, 믹스미디어 오브제에서는 시드가 사는 이름없는 도시(the unknown city)라는 배경의 이미지를 구상화했습니다.
스토리보드 형식의 일러스트레이션(총 8점)에서는 시드의 이야기를 8개의 보드로 나누어 시드의 삶에서 반복되는 상실과 복수를 그려냈습니다. 작품을 전개해나가며 캐릭터-스토리-배경의 진화를 꾀합니다.
Q. 현재는 어떤 작업들을 하고 계신가요?
Jazzy stone as a bullet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더 만들어 나갈 이야기가 있고, 만들어 나가며 보고 싶은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야기와 인물, 배경은 작품을 전개해나가며 가감을 거쳐 진화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방식과 시선으로 이야기와 주인공을 진화시키고 싶습니다.
Q. 스토리를 구성하는 타이틀을 정해 놓고 작업을 하시는 방식이 아주 흥미진진 합니다. 판타지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고요. 최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이전 작품들이 인물과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번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배경에 초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전 작품 Light road of the unknown city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작품을 제작할 당시에 시드가 사는 배경, 도시의 이름은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도시'라는 말에서 전해지는 모호함과 그럼에도 실재할 것만 같은 존재감이 딱 제가 배경을 구상하며 느끼는 도시의 인상이었으니까요.
이번 작품 제작을 시작으로 시드가 사는 도시의 이름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그 이름은 Dark Opal입니다. Dark Opal은 어두운 회색빛의 오팔 보석을 뜻합니다. 비추는 각도에 따라 선명하고도 날카로운 원색이 빛나고 그 빛들을 짙고 어두운 안개가 감싸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특징이 시드가 사는 도시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리즈 구상 초기에 이미 Dark Opal은 이야기 속 핵심 소재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시드가 마지막 복수에 쓰일 총알을 만들때 그 보석을 사용했습니다. 어쩌면 도시의 이름이 그 보석 이름인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짙고 어두운 복수라는 안개가 시드를 뒤덮고 있었으니까요.
Modeling of Dark Opal 1은 그것을 구체화하는 첫 시도입니다. 앞선 작업에서 단순화한 도시의 인상을 표현했다면, 이 작업을 필두로 이야기 속 도시를 이루고 있는 구조물과 그것들의 부분적 요소들에 대한 탐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이 도시는 전쟁으로 인한 붕괴를 경험합니다. 따라서 붕괴의 흔적이 느껴지는 요소와 붕괴 이후, 엉성하지만 그 잔해들을 덮어씌우거나 임시방편으로 가려놓은 듯한 구조가 동시에 보입니다. 붕괴 이후 기존의 것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진취적인 분위기의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이중 구조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구조와 요소들을 그려내고 제작할지 저로서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번 작품을 포함하여 앞으로 제작될 작품들을 통해 시드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상상하고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 작가님께서 작품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 다음엔 내가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에 대한 강한 호기심입니다. 그리고 호기심을 풀어나가며 느끼는 희열은 그다음으로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Q.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울만큼 커다란 활동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세계를, 그리고 작품을 창작하는데 쏟는 마음가짐은 어떠하신가요?
과정이 곧 결과라는 마음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에게 있어 창작은 탐구 방법의 일종입니다. 물론 도달하고자 하는, 완성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계획한 결과만을 보고 작업을 한다면, 수많은 재료 실험과 구상 과정에서 만나는 신선한 변수들을 미처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급 해져 그것들을 지나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들이 다음 작업에서 새로운 방향과 결과가 되어줄지 모르는 일인데요. 그렇기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떤 새로움을 만나게 되는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급해지는 것을 경계 하려 합니다. 그리고 작업을 하는 동안 어딘가 석연치 않고, 의구심이 들 때 '탐구의 주체로서 나는 지금 즐거운가?' 을 반문합니다.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호흡을 길게 가져가더라도 지치지 않을 테니까요.
Artist Profile
개인전
2021 아웃오브더박스 버티, Fragment of the jazzy stone
학력
2019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의상디자인 학과 졸업
작품 소장
양구백자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