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인전]서선경: Mind Mirror

아웃오브더박스
2022-09-26
조회수 592


Mind Mirror, UV print on acrylic mirror, 91 x 73cm, 2022


Editor's Note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일정한 패턴이 있고, 그것은 곧 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통로가 됩니다. 나의 패턴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을까요? 떠올려본 나의 패턴을 거울 안 패턴과 이리 저리 맞추어봅니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 교감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알아갑니다. 



Q.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작품을 통해 찾아가고 계신 "나"라는 존재는 어떠한 모습인가요?


‘나’라는 존재는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찾는다는 게 맞는 것인지. 찾아지는 것이면 내가 아니겠죠.

나는 주체이고 찾아지는 건 대상이니 까요. 아직 가슴으로 잘 느껴지진 않지만 ‘나’라고 할 게 따로 없다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어쨌든 이 현실세계에서 나라고 인식되는 나는 있지만 이 마저 대상인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생각해보고 있어요. 미술 작품으로 얘기하면 그냥 현실 속 나를 통해 표현되는 이미지를 즐기려고 합니다.


Q. 작가님이 작품활동을 통해 찾고자 하시는 내면의 감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 해 주실 수 있나요?


사실 감정이라는 것은 언어로 정확히 구분을 할 수 가 없죠. 그건 (말)언어의 한계이기도 하구요. 내면의 감정은 찾는다기 보다 자연스레 올라오는 것을 좀 더 뚜렷하게 인식하고자 해요. 작품을 통해 어떤 숨겨진 감정을 찾는다기 보다…..그건 사유의 영역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감정이란 것을 작품으로 100%옮길 수는 없고 옮길 필요도 없죠.


저를 통해 표현되는 이미지가 긍정적이고 다양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해요. (어떤 하나의 의미로 해석되기 보다) 보는 재미도 있구요. 작품 제목은, 작업하기 전에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다고 먼저 생각 할 때도 있고, 작업 중일 때도 있고, 바뀔 때도 있고, 다 하고 나서 한 참 뒤에 붙일 때도 있어요. 왔다 갔다 오버랩 되요.  


작업의 구체적 예를 들면 비 오는 날의 어떤 멜랑꼴리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 이것을 어떤 색과 면과 조형요소들로 구현하면 좋을까? 이런 생각이예요. (작품1) 


두근거리는 마음을 표현할 땐? 


혹은 아이가 엄마 것이라고 꽃 한송이 꺾어 주었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성지에 봉헌된 촛불들을 보면서 느낀 인간의 소망에 관한 생각


등 제가 경험하거나 생각한 것들, 당시 분위기, 느낌, 대상을 어떻게 적절히 화면에 조형요소로 표현할까 이런 것이예요. 그래서 소재는 무궁무진하죠.  


Q. Mind Mirror, 본 전시 작품은 기존의 작업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신 것 같아요.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현재까지 작업을 돌아보았을 때 하나의 특정 주제를 반복적으로 표현한다기 보다 매 작업 마다 흘러가는 생각과 심상을 표현하려 했던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나의 감성이 잘 드러나게 할 것인지를요. 그리고 어떤 걸 표현하겠다 라고 먼저 생각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땐 일단 그려보면서 생각이 바뀔 때도 있었어요. 지난 작업들을 돌이켜보니 저는 수 많은 오고 가는 생각과 감정 그 자체를 나답게 표현하려 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주로 생각과 감정 등 마음 속에 피어나는 일련의 것들을 나와 동일시하며 살아가요. 끊임 없이 올라오는 희로애락에 주도권을 넘겨주며 평정심을 곧 잘 잃어버리기 일쑤고 그로 인해 즐겁기도 고통스럽기도 해요. 작품을 하면서도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는데요, 손은 그리면서 머릿속은 점심을 뭘 먹을지 생각하기도 하고요, 친구들과의 지난 수다를 곱씹기도 하죠. 그렇게 본다면 생각은 내 마음대로 통제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이러한 점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생각과 감정을 제 3자를 바라보듯 조금 물러난 관찰자의 입장으로 마음 자체를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제 작업의 기본이 되는 캔버스의 흔적들은 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손을 통해 걸려져 오갔던 결과들이며, 캔버스 천, 그 바탕이 나로 비유될 수 있어요. 마치 비구름 바람 천둥 번개 햇빛이 지날 수 있는 큰 공간이 하늘이듯, 우리 자신 또한 그러한 생각과 감정들의 통로인 큰 바탕이라고 해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 작업이 아닌 거울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평면의 바탕에 손으로 하는 작업은 저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 통로이며, 이를 특정한 패턴으로 재구성한 것을 거울에 인쇄해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성수 박스에 거울이 있어 더욱 공간적인 이점이 있었어요. 그냥 갤러리 벽에 거는 것을 똑같이 보여주기엔 좀 아쉬운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일정한 패턴이 있으며 그것은 곧 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통로가 됩니다.자주 하는 생각, 성향 등 각자 개인이 생각과 상황을 받아들이는 패턴이 있어요. 어떤 사람은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어떤 사람은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죠. 1차로 캔버스에 나를 표현한 이미지 부분을 특정한 모양의 틀로 재구성하여 생각이 패턴화 됨을 나타내려고 했어요. 패턴의 모양은 눈결정체의 모양을 선택해 봤어요.


눈결정체 모양(패턴)을 택한 이유는

첫째, 눈은 생명체의 가장 기본 요소인 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도 몸의 많은 부분이 물로 구성되어있어요.

둘째, 눈송이는 특정한 패턴을 지니고 있으며 그 모양도 다양합니다. 삶이 펼쳐지는 통로는 그 사람이 가진 패러다임(관념,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패턴화 되어 있다는 것에 공통적인 힌트를 얻었어요. 생각의 패턴대로 삶이 펼쳐지며, 패턴을 바꾸는 것이 삶을 바꾸는 것입니다.  


거울을 이미지 바탕으로 택한 이유는

첫째. 거울은 대상을 비추므로 명상, 자아성찰 등 세상을 이해하는데 활용되는 오브제이기도 합니다.

둘째, 거울은 모든 것을 비추는 것으로, 나 자신 또한 나를 둘러싼 것들을 비추어 나타낸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어요.


그리고 성수점 박스 안 거울과 반사하여 양 거울이 서로를 계속 무한으로 비추어 내는 것은 인간 포함 세상 만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서로의 세계에 참여하는 것을 표현해요. 불교에서 이 세상을 *인드라망으로 표현한 것이 영감이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이전 작업들을 보며 꽤 오랜 시간 차근히 작업물을 쌓아오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시나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품활동이 뜸할 시기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셨는지도 궁금하고요.


초창기엔 그야말로 나의 조형적인 스타일이 뭘까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만드는게 아니라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그냥 나를 표현하고 싶다라는 욕망 같다고 생각해요. 존재의 확인 같은 것이요.


모든 사람들은 인생에 언젠가 한번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탐구하고 고민할 시기가 온다고 생각해요. 외적인 조건이 아닌 의식적인 측면에서요. 그래서 존재, 의식, 나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것을 풀어내는 통로가 작품이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만들고 이런 차원이 아니고 존재에 대한 의문과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에 나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한 작품활동은 같이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그 방법은 모두 다르겠죠.


그리고 아무래도 아이들도 있고 하니 매일 똑 같은 시간 오랫동안 집중 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고 그냥 틈 나는 대로 작업하죠. 몰아서 할 때도 있고 어떤 땐 며칠을 못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집 안에서 작업하니 오가면서 끈은 놓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도 그냥 항상 마음에 대한 생각이나 공부 같은 것은 조금씩 하고 그래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간단한 글도 쓰고요. 쓸데 없는 생각도 많고 갑자기 뭔가 이해되는 순간도 있고 그래요. 그러다가 그냥 이러나 좋으나 다 좋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그냥 평탄한 하루에 감사하고 그래요.

그래서 요즘은 마음 관련 쪽 컨텐츠에 관심이 많아요. 이것을 작업과도 연결시켜 생각해보고 그래요.

책이든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로 컨텐츠들을 통해 혼자 조금씩 알아가 보고 있어요. 대학 다닐 때부터 주로 인문, 심리 이런 쪽에 마음이 갔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사이 관심 가는 영역이 좀 더 분명해 진 것 같아요.


만들려고 애쓰면, 힘이 들어가면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림이 경직되고 뭔가 공기가 흘러가지 않는 느낌. 편안하지 않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스스로가 정말 순간순간 그 그림이 되어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처럼 삶도 그런 것 같아요. 저항하면 할수록 괴로우니 내게 오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흘려 보내고…좀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게 실행하는 것이 힘들지만 결국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삶이고 작업과정이 아닐까 해요.


Q. 일상속에서 틈나는 대로 작업을 하신다는데서 시간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으셨거나, 작품활동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하셔야 경험이 있으시진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네요. 그런 부분이 있으셨다면 어떻게 극복하셨을까요?


이렇게 보면 현실이라는 것을 위해 나의 이상에 대한 포기 혹은 데미지를 감수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있는 것 같아요. 현실은 보다 저차원적이고 세속적이며 힘들다. 이런 뉘앙스요. 우리는 늘 현실을 살죠. 현실 안에서 꿈꾸는 이상, 상상 또한 현실이고….현실이란 것도 우리 머릿속에 가진 상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건 최근에 들어 한 생각이예요. 즉.. 나눌 필요가 없다는 거죠.


현실 무대는 나의 상상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펼 칠 수 있는 무대 같은 감사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필요하고 해야 하는 것이면 되도록 두루두루 조화롭게 잘 해보려고 해요.


혹은 포기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받아들이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전체 조화로운 상황의 그림을 위해 그러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죠. 지나고 나면 다 그럴만해서 그랬다고 생각이 들고,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한때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때는 있었어요. 아기들 키우며 개인전 하는 것이었죠. 첫째 아이가 등원했을 때 작업하고 잠 들었을 때 작업하고, 둘째는 임신하고 거의 막달 가까웠을 때 개인전 준비하고 그랬어요. 이제는 그 때의 저에게 감사한 마음이에요. 어쨌건 그 순간엔 최선을 다했다. 이런 마음입니다.


Q. 작업이란 자꾸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창작” 이란 어떤 것인가요? 


창작의 시작점은 상상이라고 생각해요. 상상한 것은 이미 인식하여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감각으로 느끼도록 구체화하는 실행만이 남아있죠. 그 과정을 통해서는 나다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은 수 차례 경험을 통해 다듬어지고 완성도가 높아지겠죠. 새로운 것을 얻어내기 위해 나만의 고유한 느낌이 드러나도록 하는데 힘을 씁니다.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파울클레(Paul Klee)를 특히 좋아하는데요, 다양한 형식을 가진 작품들에서 작가의 느낌이 드러나는 것이 좋았어요. 그냥 장미꽃, 물고기 하나를 그려도 그 사람의 조형적인 특징이 드러나는게 그 화가의 조형언어가 풍부하고 개성있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에는 언어적인 내용(verbal)과 비언어적인 내용(non-verbal) 둘 다 있지만 그림은 그림으로서만 표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 소설, 음악, 무용 등 각 예술 형식으로 표현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내용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글로 표현했을 때, 혹은 영화로 표현했을 때 더 효과적인 내용을 굳이 그림으로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으로 표현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저에겐 일상적으로 보는 대상의 형태, 컬러, 느낌이나 혹은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나 소리, 향, 촉감, 그로 말미암은 상상들(비언어적인 것 non-verbal)이 그림의 소재가 됩니다. 


소재 및 내용과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점, 선, 면, 색, 구도, 질감, 시각적인 모든 것-을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것은 또 별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말로 할 수 있는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그림이 아닌 그림 자체가 가지는 생명력이 필요해요. 일단 이미 화면으로 옮겨온 조형요소들은 그들만의 관계를 재설정하게 됩니다. 하나의 선이 다른 선을 불러내고, 하나의 색은 다른 색을 불러오죠. 그땐 저의 조형감각을 활용하는 겁니다. 이 공간은 어느 정도의 색과 톤의 면이 필요하고…등 화면 안에서 힘의 균형과 조화를 생각하죠. 그러한 방식이 작업을 하면서 점점 완성도를 더해간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은 한 인간으로써 원하는 삶이나 보여지기 원하는 모습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하는 작가가 되시기를 희망하시나요?


조화로운 삶이요. 그리고 감사하는 삶이요. 개인의 삶, 가족들과의 삶, 작가로서의 삶이 조화로운 그런 인생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싶다는 마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작품이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닿아 어떤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보여지건 그건 보는 사람 마음이기 때문에 제가 관여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나는 나답게 지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앞으로는 정말로 순수한 내적 동기를 통해 드러나는 작품들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바람이예요. 아이들처럼 거리낌 없는 표현들을 꿈꿔요. 그런 미래를 그려보고, 다르게 말하면 이미 그런 상태가 되도록 하려 해요. 미래라고 얘기한다면 계속 미래일 뿐이니까요.



Artist's Profile


학력

  • 2006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시각정보디자인 전공 
  • 2003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회화판화과 전공(미술사학 연계전공)


개인전

  • 2019 Visual Story - Songs of Spring, 갤러리가비, 서울
  • 2018 Visual Story - 감성;공감-, 써포먼트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22  Find your piece, 써포먼트갤러리, 서울
  • 2021  Abstract Mind, CICA Museum, 김포
  • 2018  제1회 추상전 - 색의 향연, 에코락갤러리, 서울 


수상

  • 2018 서울모던아트쇼 제 1회 메세나대상전 삼천당제약 선정작가, 서울모던아트쇼운영위원회
  • 2017 서울모던아트쇼 - 아트마이닝 장려상, 서울모던아트쇼운영위원회
  • 2013 제3회 JW중외 Young Art Award 우수상, 중외학술복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