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인전]매드체리: 심연에 있는 새

아웃오브더박스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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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에 있는 새, Digital Drawing , Pigment print on paper(E. 1/5),  45×45cm, 2020




1. 매드체리라는 활동명과 프로필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작가님의 이미지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매드체리라는 페르소나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매드체리


저는 상상과 공상에서 떠오른 것들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매드체리(Madcherry)입니다. 주로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고, 공상 속에 있는 것들을 풀어나가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상에서 떠오른 것들은 뜬금없기도 하지만, 현실을 비추고 있는 것들이 많아 풀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품에는 동물과 과일, 꽃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매드체리라는 작명은…꿈을 꾸고 나서 그린 체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거실에서 흰 양복을 입고 계신 아빠 옆에서 체리를 먹다가 양복에 튀었는데, 그때 아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시고, 맑고 투명한 침을 뚝뚝 흘리시며, 이를 악물고 화를 내셨어요. 그 모습을 화가 난 체리로 그린 후, 여러 가지 버전으로 그려보았어요. 지금 사용하는 이미지는, 처음 태블릿 펜을 산 날, 테스트로 쓱쓱 그 화난 체리를 그린 그림입니다. 즉흥적으로 나온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작가명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체리가 화가났다 보다는 살짝 신나 보여서 “매드체리”라고 붙였습니다.


2. 작품 시리즈 [상상동물]과 [얼굴청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아요. [상상동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의 도감과 같은 표현으로 사실성을 부여한데 반해, [얼굴청과]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집니다. 작가님게서 두 시리즈를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신것은 무엇일까요?


두 시리즈 중 먼저 시작한 것은 “얼굴 청과” 인데, 스케치북에 마커로 표정을 가진 과일이나 채소들을 그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스케치북에다가 그리던 것을 포토샵으로 그려내고, 점차 모여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어떤 표정이나 감정이 떠오르면 그것을 스케치해 두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과일을 보고 있다가 어떤 감정과 연관되어서 스케치하기도 했습니다. 각각 제목을 짓고는 하지만, 보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같은 표정도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시리즈를 통해 공상에 떠오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을 잡아보고, 좀 더 나아가면 보시는 분들이 그림을 통해 본인의 감정을 비쳐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굴 청과] 중


“상상동물” 시리즈는 공원에서 본 까치가 시작이었습니다. 펜스 위에 있는 까치를 찍었는데 눈에 진주가 박힌 까치가 떠오른 것이 첫 상상동물이었어요. 그 이후로도 다양한 동물들이 떠올라 그리게 되었습니다. 질감을 더 표현하고 싶어서 얼굴 청과 때와는 다른 섬세한 브러시를 사용했고, 다른 곳에서 본 동물들을 가져온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을 하며 동물이 떠오른 이유와 그렇게 생긴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연관된 감정이나 생각들을 풀어봅니다. 제가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관심도 많아서, 상상동물 작업을 하면서 여러 동물에 대해 찾아보는 것도 즐기고 있습니다. “상상동물” 시리즈에서는 마치 다른 곳에 있는 동물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타로카드처럼, 그 동물에 자신의 생각을 비춰 볼 수 있는 그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동물에 얽힌 내용들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는데, 그 내용들과 발전시킨 내용들을 따로 보이려 부록을 쓰게 되었어요.

[상상 동물] 중


3. 작가님의 두 시리즈를 보면 세상에 없는 존재를 탄생시키고 계신 것 같아요. 큰 범위에서 보면 작품활동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작가님이 생각하는 "창작"이란 무엇 일까요? 


창작은 본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런 보상이나 이유 없이 창작을 시도하게 되니까요. 만약에 생물들이 어떤 창조한 존재를 닮아 만들어졌다면, 그 닮은 부분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정신적으로 필요한 활동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창작 활동을 잘하는 개체들이나 그런 개체가 속한 집단이 살아남기에 유용해서 본능으로 남아있지 않을까요? 창작과 호기심 등이 발전을 이루게 하니까요…!


4. 요즘 워낙 많은 분들이 선택하는 방식이기도 하지요. 물성이 없는 디지털 작업으로 작품 세계를 펼쳐나가는 데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저는 주로 종이에 아이디어 스케치 이후, 그 스케치를 가지고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합니다. 주로 샤프나 색연필 질감, 콜라주 느낌을 내려고 하고, 상상동물 같은 경우 더 손을 타도록 획을 겹쳐 색을 쌓으며 채색합니다.

제가 디지털 드로잉을 선택한 건 일러스트를 시작하려 했던 당시 재료나 작품을 보관하는 공간이나 작업을 하는 공간이 많이 필요가 없고, 노트북과 타블렛 펜으로 작업이 가능하다는 물리적인 편리성이 컸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드로잉이 다양한 재료를 구비하지 않아도 여러 질감을 표현하거나 툴들을 시도해 볼 수도 있고,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여러 변주를 주거나, 움직임이나 3D로도 발전시킬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습니다.

물성이 없다 보니 보관이나 시도를 해보는 데에서 편리하고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파일이다 보니, 물성이 있는 작품들에 비해 파일 자체만으로는 작품으로서 다가가기 어려워, 어딘가에 디스플레이되거나 인쇄가 되어야 합니다. 디스플레이에 따라 보는 느낌이 달라지거나 어디에 어떻게 인쇄되어 나오는지에 따라 변동이 있어 활용성 면이나 새로운 변주를 하기에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작품으로서 다가갈 때는 다른 후가공(?)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5. 작가님의 또 다른 활동에 호기심이 생겨요. 아이콘 제작이나 핸드크래프트 작업도 병행하고 계신데, 이 역시 작품 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일 까요? 

'펍' 과 '킷'


핸드 크래프트


번외 활동은 본 작업의 20%정도의 비중을 차지해요. 두 작업 모두 좀 더 일상적인 소재들인 것 같습니다. 아이콘 제작은 주로 다이어리 앱에서 사용하는 스티커를 제작합니다. 얼굴 청과 매드체리를 더 심플한, 캐릭터 식으로 표현해본 체리 얼굴을 시작으로 저글러 체리, 강아지 펍, 그리고 고양이 킷을 만들었습니다. 

핸드크래프트 굿즈는 주로 색연필에 슈링클로 작업합니다. 틴 위에 과슈로 칠하기도 하고, 각인기로 틴이나 유리에 새겨 그리는 것도 해보고 있습니다. 작은 스케일로 수작업하며 만들고 시도해 볼 수 있어 간간이 하고 있습니다. 페어 때도 프린트 굿즈 외에 일러스트가 그려져 들어간 굿즈들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6. 작품 활동을 하다 지쳤을때, 혹은 슬럼프에 빠졌을때 그것을 극복하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것은 무엇 일까요?


저는 요즘 “최선을 다하며 대충 살자”는 태도로 살고 있습니다. 작업을 할 때 힘이 나게 하기도하고, 작가 활동을 하며 어려운 부분이나 번거로운 부분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것들이 신경이 쓰이거나 걱정이 들 때면 “대충 살자”라는 단어를 떠올리는데, 이것은 마법의 단어 같아요. 마음이 편해집니다.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 걱정들이 있어도 당장 앞만 보고 일단 실행하고 버티기 위해서 좀 더 눈에 보이는 크고 작은 목표들을 세웁니다. 제 자신을 다잡는 것 외에, 응원해 주시는 분들과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힘이 됩니다. 작품 활동하면서 정말 크게 느끼고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