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7-2023. 4. 2 | 성수박스]

The Body, Korean paper and mixed media, 80.6x117.0cm, 2021
Q. 이번 전시 [The Body] 와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어떤 때는 나보다도 몸이 나를 더 잘 안다고 느낍니다, 더 본능적이고 솔직하고요. 저는 의식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돌연 튀어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신체적인 반응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기억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작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신체의 기억은 여러 가지 형태로 다시 찾아와 발현 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것을 극복하게 된 것은 이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솔직한 표현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였어요.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신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로 살아가며, 몸이 경험을 흡수하고 기억해서 '나'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절대 몸의 본능에만 지배받을 수 없는 동물이잖아요, 다양한 정신적 활동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이 복잡하게 설계된 신체에 내재되어 축적되어 있는 것들을 파헤치는 것이 저의 재미입니다.
[The Body] 작품도 신체에 기록된 기억과 감정들을 시각적 감각으로 표현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신체가 경험하고, 감각하며 나타나는 움직임을 스스로 말하는 ‘신체의 언어’로 표현하여 이를 시각화 하고자 했습니다.
Q. 작업의 방향, 특히 모티브를 얻으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인체를 형상화 하는 과정에서 참고하시는 것과 의도하시는 바가 있으실까요?
인체의 형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따로 참고하는 자료는 두지 않고, 시작 합니다. 신체를 그리는 것이 자칫 해부학, 생리학적으로 보이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로 신체가 감각을 경험했을 때 나타나는 직관적이고, 반사적인 반응이 가장 솔직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에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반사적인 반응이 모여 움직임이 되었을 때, 신체가 우리에게 말하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 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신체를 똑같이 세밀하게 그리기 보다는 내면과 외부와의 영향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신체들을 포착하듯,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 형태는 눈에 보이는 신체보다 유기적인 방식으로 살아있는 또 다른 생명체처럼 보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것들은 덩어리지거나 문양처럼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Q. 이전 작품을 진행하셨던 과정이 현재의 작품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신체의 언어는 아직도 큰 흥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작업을 할수록 기억을 경험한 신체, 감각을 느끼는 신체는 제게 점점 살아있는 각각의 새로운 생명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전의 신체도 무언가를 말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보다 주체적이고, 동적인 표현이 될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것의 작용을 받아 움직이던 신체도 안으로 들어가면 멈추지 않고 흐르는 생명력이 있으니까요.
조용해서 죽어가는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죽도록 살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듯이요. 가끔. 조용히 듣고 있던 사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사라지는 것들은 결국 드러나기 위해 사라지는 것 뿐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신체는 그렇게 만들어져 생겼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그렇듯 흘러갑니다. 저는 그 부분이 참 재미있습니다.
언제나, 그리고 누구나, 내 안에 움직이고자 꿈틀거리는 것이 있고, 그것은 원하지 않더라도 움직이고 말 것 이라는 것은 때때로, 저에게 위로가 되었으니까요.
Q. 작품의 공백기에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생활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저에게 공백기는 조용한 불안입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그대로 조용히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죠. 저는 작업을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데 저 자신을 그렇게 결정짓고 나니 불안해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작업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나는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한다.’ 라는 생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업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달라지게 되었는데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내적인 필연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업이 충분히 가치있음을 느끼고, 스스로 충만함을 느끼며 작업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굉장히 불규칙한 패턴 안에서 일정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똑같지 않은 만큼 그 날의 템포와 신경을 조율하듯이 조절하여, 전체의 평균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Q.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삶의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작업의 직접적인 주제가 된 것은 아니지만, 삶을 직시하고 직면하는 태도가 작업을 진행 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아요. 주어진 것과 놓여진 것을 받아들이고 시작하려는 태도가 '나'와 '몸'에서 부터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저의 작업에서 눈이 무언가를 포착한 듯이 표현 되는 것들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어떻게 직시하고, 직면하는지가 그 사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는 매우 유의미한 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이 작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 그리고 작품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저의 어릴 적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건 되도록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작한 순간부터는 이상하게도 이것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고 아직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아직은 부끄럽지만, 작업을 겨우겨우 이어 나가고 있고 놓치지 않았네요.
저에 대한 모든 말들로부터 작품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어요. 저를 칭찬하는 말 또는 밀어내는 말, 좋아하는 시선, 싫어하는 시선 뭐가 됐든이요. 또는 저에 대해서 하는 말들 중에 ‘너는 이러이러한 사람 같아’라고 하는 말들 중에 맞는 점이 있고, 틀린 점이 있을 수 있잖아요. 아니면, 그 중간지점일 수도 있고, 저 자신도 모르는 점일 수도 있고요. 그 모든 것들이 저 자신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에, 작품 활동을 하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럴 때 마다 제가 원하는 것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요.
Q. 앞으로 펼쳐질 시간에 대해 어떤 바람을 가지고 계신가요?
행복과 안정에 집착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행복과 안정을 추구하고 따라가기보다 사람으로써 느낄 수 있는 희노애락을 올라타 살아가고 싶어요. 제게는 행복하기 못지않게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리고 작가로써 지금까지 제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는 무엇인가 더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신작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Artist's Profile
학력
- 2019 성신여대 동양학과 석사
- 2015 성신여대 동양학과 학사
개인전
- 2021 살갗아래, 사이아트스페이스
- 2018 현재의 미완성, 57th 갤러리
단체전
작품 소장
[2023. 3. 27-2023. 4. 2 | 성수박스]
Q. 이번 전시 [The Body] 와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어떤 때는 나보다도 몸이 나를 더 잘 안다고 느낍니다, 더 본능적이고 솔직하고요. 저는 의식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돌연 튀어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신체적인 반응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기억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작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신체의 기억은 여러 가지 형태로 다시 찾아와 발현 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것을 극복하게 된 것은 이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솔직한 표현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였어요.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신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로 살아가며, 몸이 경험을 흡수하고 기억해서 '나'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절대 몸의 본능에만 지배받을 수 없는 동물이잖아요, 다양한 정신적 활동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이 복잡하게 설계된 신체에 내재되어 축적되어 있는 것들을 파헤치는 것이 저의 재미입니다.
[The Body] 작품도 신체에 기록된 기억과 감정들을 시각적 감각으로 표현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신체가 경험하고, 감각하며 나타나는 움직임을 스스로 말하는 ‘신체의 언어’로 표현하여 이를 시각화 하고자 했습니다.
Q. 작업의 방향, 특히 모티브를 얻으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인체를 형상화 하는 과정에서 참고하시는 것과 의도하시는 바가 있으실까요?
인체의 형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따로 참고하는 자료는 두지 않고, 시작 합니다. 신체를 그리는 것이 자칫 해부학, 생리학적으로 보이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로 신체가 감각을 경험했을 때 나타나는 직관적이고, 반사적인 반응이 가장 솔직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에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반사적인 반응이 모여 움직임이 되었을 때, 신체가 우리에게 말하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 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신체를 똑같이 세밀하게 그리기 보다는 내면과 외부와의 영향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신체들을 포착하듯,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 형태는 눈에 보이는 신체보다 유기적인 방식으로 살아있는 또 다른 생명체처럼 보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것들은 덩어리지거나 문양처럼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Q. 이전 작품을 진행하셨던 과정이 현재의 작품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신체의 언어는 아직도 큰 흥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작업을 할수록 기억을 경험한 신체, 감각을 느끼는 신체는 제게 점점 살아있는 각각의 새로운 생명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전의 신체도 무언가를 말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보다 주체적이고, 동적인 표현이 될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것의 작용을 받아 움직이던 신체도 안으로 들어가면 멈추지 않고 흐르는 생명력이 있으니까요.
조용해서 죽어가는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죽도록 살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듯이요. 가끔. 조용히 듣고 있던 사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사라지는 것들은 결국 드러나기 위해 사라지는 것 뿐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신체는 그렇게 만들어져 생겼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그렇듯 흘러갑니다. 저는 그 부분이 참 재미있습니다.
언제나, 그리고 누구나, 내 안에 움직이고자 꿈틀거리는 것이 있고, 그것은 원하지 않더라도 움직이고 말 것 이라는 것은 때때로, 저에게 위로가 되었으니까요.
Q. 작품의 공백기에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생활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저에게 공백기는 조용한 불안입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그대로 조용히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죠. 저는 작업을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데 저 자신을 그렇게 결정짓고 나니 불안해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작업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나는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한다.’ 라는 생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업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달라지게 되었는데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내적인 필연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업이 충분히 가치있음을 느끼고, 스스로 충만함을 느끼며 작업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굉장히 불규칙한 패턴 안에서 일정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똑같지 않은 만큼 그 날의 템포와 신경을 조율하듯이 조절하여, 전체의 평균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Q.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삶의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작업의 직접적인 주제가 된 것은 아니지만, 삶을 직시하고 직면하는 태도가 작업을 진행 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아요. 주어진 것과 놓여진 것을 받아들이고 시작하려는 태도가 '나'와 '몸'에서 부터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저의 작업에서 눈이 무언가를 포착한 듯이 표현 되는 것들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어떻게 직시하고, 직면하는지가 그 사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는 매우 유의미한 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이 작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 그리고 작품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저의 어릴 적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건 되도록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작한 순간부터는 이상하게도 이것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고 아직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아직은 부끄럽지만, 작업을 겨우겨우 이어 나가고 있고 놓치지 않았네요.
저에 대한 모든 말들로부터 작품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어요. 저를 칭찬하는 말 또는 밀어내는 말, 좋아하는 시선, 싫어하는 시선 뭐가 됐든이요. 또는 저에 대해서 하는 말들 중에 ‘너는 이러이러한 사람 같아’라고 하는 말들 중에 맞는 점이 있고, 틀린 점이 있을 수 있잖아요. 아니면, 그 중간지점일 수도 있고, 저 자신도 모르는 점일 수도 있고요. 그 모든 것들이 저 자신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에, 작품 활동을 하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럴 때 마다 제가 원하는 것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요.
Q. 앞으로 펼쳐질 시간에 대해 어떤 바람을 가지고 계신가요?
행복과 안정에 집착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행복과 안정을 추구하고 따라가기보다 사람으로써 느낄 수 있는 희노애락을 올라타 살아가고 싶어요. 제게는 행복하기 못지않게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리고 작가로써 지금까지 제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는 무엇인가 더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신작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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