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개인전]이세은: Chaeggado, 책가도

아웃오브더박스
20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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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2023. 4. 8 |  인의박스]


Chaeggad (책가도), 삼베위에 옻칠,자게 , 909 x 606(mm), 2023



Q. 어떤 작업을 주로 하고 계신가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의 작품은 자개와 옻칠을 주재료이며 회화와 공예가 어우러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재료 특유의 깊은 색감에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더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은 꽃, 새, 과일 등의 전통무늬를 자연스럽게 그려 넣어 무늬의 내제 되어 있는 의미를 현재의 감성에 맞게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Q. 본 전시 작품 '책가도'를 통해 작가님께서 표현하고자 하시는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책거리는 가장 한국적인 정물화 입니다.시대 계층에 따라 다양한 책가도가 등장하는 걸 보며 현재 지금의 '나' 의 서재를 만들어 보자 생각했습니다.책가도는 그리는 이의 감추고자하는 욕망이 그림 안에 반영된는 것이 재미 있습니다.

강렬한 붉은 빛은 시선을 사로잡고 불규칙적으로 쌓인 책들이 위태로운 느낌과 시각적인 긴장감을 주지만 반면, 좌우 대칭으로 구성된 선반과 통일된 색감을 통해 안정감을 주어 서로다른 감정을 전달하고자했습니다.
다시말해, 책은 이야기 전달의 목적인 아닌 개인의 욕망을 담은 오브제로써의 의미를 담고 선반은 위태로운 나를 받쳐주는 지지자로서 존재합니다.

나의 서재에 채워 넣은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주위 시선에 따라 혹은 지나간 세월에 따라 그저 강박적으로 끼워 넣은 빈 상자는 아닌지 타인의 시선에 맡기고 싶습니다.

[책가도]는 저에게 있어 다른 재료로 타협하지 않아 의미있습니다. 저의 지난날은 그림을 그릴때 과정보다 결과물을 우선시 하는성향이 강했습니다. 옻칠이란건 사람이 손으로 만지고, 입에 넣어도 안전한 천연재료지만 그림으로서는 그정도의 접촉이 필요하지않다 생각해 간소화 시켜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칠장과 자개 끈음질의 전수자가 됨으로서 재료를 다루는 방법을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되었습니다.전통적인 재료를 그저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 전수 받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 생각 했습니다.옻칠의 과정은 시간을 많이 들이게 되지만 옛부터 전해지는 과정이 간소화 되지 않고 이어지는 이유는 그 결과물에 있다 생각합니다. 여러번 덮인 칠은 그 자체로작품을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주며, 옻칠의 색감은 시간을 들인만큼 깊고 진해 집니다. 그 안에 자개를 사용해 원하는 곳을 강조 해지금의 작품이 완성 되었습니다. 책가도를 그린건 처음이 아니지만 지금의 '책가도'는 과정의 의미를 담은 첫번째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Q. 무형문화재 칠장 전수도 받으셨고, 그만큼 옻칠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본 작업에도 역시 전통 옻칠 기법이 사용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요. 


옻칠을 선택한 이유는 순수 자연물이며, 자극적인 색채임에도 칠 특유의 깊이감있는 표현으로 보다 안정적인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칠을 처음 하면 어두운 빛을 띄어 내가 어떤색을 칠해 넣었는지 알수없을때가 있습니다.같은색을 칠해 넣어도 그날 그날의 기온, 습도에 따라 색은 달라지게 됩니다. 

본래의 색을 찾아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칠의 성질이 마치 사람의 내면과도 같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 순간만 보아 어둡다고 생각해 버리면 순간 생겨버린 고정관념으로 인해 그 상대의 본질이 보이지 않습니다.살면서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옻칠 역시 섬세하게 마음을 써 여겨 불특정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옻칠은 옻나무에서 나온 수액을 다른 기물에 발라 건조시키는 천연 도료방식으로 특유의 광택과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 화판이 시간이 지나 틀어지지 않도록 생칠을 먹인 뒤 찹쌀과 생칠을 섞어 삼베를 바릅니다.
물기 없이 버석하게 마른 화판위에, 다시 칠을 하고 습기를 이용하여 말립니다. 이 과정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원하는 색감과 형태가 나올때까지 반복합니다. 밑 작업이 끝나면 색이 들어간 칠로 계획한 형태와 무늬를 그려 넣습니다. 이렇게 전통적인 과정을 고수하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양화과를 졸업 후 다양한 경험과 배움이 저의 작품의 방향을 정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하기 전에는 옻칠 전통공예 공방에서 칠장인 선생님들의 작품을 도우는 일을 하며 재료학적 학습을 주로 하였고, 작품 진행 시 좀 더 기교 있는 작품을 진행하며 작가 독립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Q. 그렇다면 옻칠 이외의  다른 재료의 사용도 고려하고 계신가요? 


옻칠을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지 재료학적인 면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과거 옻칠과 같이 쓰던 자개나 금박, 각종 금속 가루등 전통적인 과정을 통해 볼수 있는 것들도 작업에 사용하기 좋을 것 같아 구상하고 있고, 칠을 하기전 밑 바닥을 굳이 나무나 평평한 면을 고집하지 않아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칠을 다른 이질적인 재료와 조합하는 것을 생각하면 다양한 느낌의 작업을 할수 있을것 같아 다른 재료에 대해 구상하는것이 꽤나 즐겁습니다.


Q.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OUT OF THE BOX, 이 공간에서의 전시를 통해 어떤 경험을 얻으시길 바라실까요?


처음 아웃오브더박스를 보았을 때 전시공간이라는 느낌보다 누군가의 작은 방을 반으로 잘라 염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나는 나의 작품이 '내방을 누군가에게 초대하는 느낌' 으로 구성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만든 책장은 '나'를 표현하고, 그 아래 작은 상과 따뜻한 빛의 조명을 두어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웃오브더박스에서의 전시는 나에게 있어 주위시선에 따라 혹은 지나간 세월에 따라 그저 억지로 끼워 넣은 빈 상자를 제거하고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나를 보여주고 작품을 통해 대화하고 , 하기싫은 일을 정리합니다. 이미 책장에 채워져 있는 빈 상자를 벗어나는 것은 포근한 둥지를 떠나는 것 처럼 두렵지만, 나의 견고한 꿈의 상자를 채워넣기 위해서는 반드시 빈 상자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작업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창작이란 “질의응답”의 과정 입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질문하는 과정이 작품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이라는 질문을 통해 여러 경우의 수를 대답할 수 있는 해설자는 감상자가 되어주는 것이죠. 앞으로 좀 더 많은 분들께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Artist's Profile


학력

  • 2023 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 칠장 전수자


단체전

  • 2022 포천신진작가전, 포천문화재단
  • 2022 중앙회화대전:2022, 새롭게 새우다, 한국미술관
  • 2021  제2청년미술대전 - 한국미술협회
  • 2019-2022 서안공예 옻칠 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