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오브더박스
2023-03-26
조회수 210

[2023. 4. 23 - 5. 6 | 버티 박스] 

Pic Cell_Become, photo, mixed media, 26(l) x 25(h) x 25(d)cm, 2019Pic Cell_Perspective, paper box, mixed media, 13(l) x 13(h) x 13(d)cm, 2019Pic Cell_Rise, ceramic, feather, mixed media, 29(l) x 24(h) x 24(d)cm, 2019

Pic Cell_Coincide, wood, frame, canvas, mixed media, 32(l) x 31(h) x 32(d)cm, 2019Pic Cell_Modernist, clothes, mixed media, 20(l) x 20(h) x 20(d)cm, 2019

Pic Cell_Melancholia, canvas, mixed media, 13(l) x 13(h) x 13(d)cm, 2019Pic Cell_Attention, paper, ceramic, mixed media, 21(l) x 21(h) x 21(d)cm, 2019



Q.  본 전시 작품 PicCell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 작품은 도구화되는 인간에 대한 반성이자 도구화에 대항하는 상징물을 제작한 것입니다.

인간의 사고가 시작되는 이미지가 통제하기 쉬운 네모난 2차원의 평면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인간 사고부터 시작하여 전부가 도구화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icCell은 제가 생각하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인간의 무한한 가치를 담아내는 이미지의 기본 단위를 표현해 본 것으로, 2차원에 대항하여 3차원의 입체로 표현하였고, 어딘가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흔들립니다.


Q. 이미지의 기본 단위를 통해 인간의 무한한 가치를 담아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다양한 형태 중에 구체를 선택하신 이유와 또 소재를 달리하여 표현하신 의미가 궁금합니다.  


완벽한 도구는 변수가 없이 주어진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매끈한 구의 형태를 변수가 없는 형태로 상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변수 덩어리인 구의 형태를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표면에 찢기, 태우기, 깨뜨리기, 구기기, 물어뜯기 등 살아있는 움직임이 들어간, 기계적인 복제와 예측이 어려운 재료를 붙였고 평면이 아니기에 벽에 걸리지 않고 허공에 매달립니다. 움직임에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사유하는 주체인 인간을 상징하며 인간에 가까운 형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며 관람객들이 주변에서 숨쉬거나 움직이는 등 인간의 자연스러운 몸짓만으로도 움직이게끔 하였습니다. 아웃오브더박스에서는 관람객과 차단되어 있어서 부득이 작은 선풍기를 동원하여 미세한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하나의 PicCell은 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그 안에 무한한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하는 인간의 수정란과도 닮았다고 생각됩니다.


Q. 유사한 형태이지만 소재가 다 달라서인지 하나 하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을것만 같아요. 작품 마다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작품에 붙인 이름은 예측 불가능한 작품의 성격을 반영하여 미술사 책에서 랜덤으로 찍어 고른 단어입니다. Become 같은 경우는 사진을 자르고 구겨서 붙이고 불에 그을렸습니다. Perspective는 저희 고양이가 택배상자 종이를 이빨로 물어 뜯어낸 조각들을 붙인 것이고, 작품에 영감을 준 소재이기도 합니다. 정말 예기치 못한 랜덤한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외 헌옷의 천, 캔버스천, 깨진 그릇 조각, 깃털과 구겨진 종이 등이 붙어 있습니다. 평면으로 한겹 붙일 때에는 정말 적은 양으로도 구체의 표면을 채울 수 있는데, 작품처럼 구겨서 표면을 채울 때에는 생각보다 어마하게 많은 양이 필요해서 만들면서 놀랐습니다. 이 픽셀 작업은 제가 회화 등 다른 작업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천천히 시간을 두고 제가 예상할 수 없는 변수를 가진 소재를 발견할 때마다 하나씩 추가적으로 제작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오프라인에서 선보일만한 제가 생각하는 픽셀의 최종형태에 가깝습니다.


Q. PicCell 이전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조각난 파편이 모여 형태를 이룬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보이지만 최종적인 형태는 완전히 다른 구성을 보입니다. 과거의 작품들이 현재의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네요.


A piece of sky, wood frame, wire, fishing line, photo, putty, ring, 166.5x108x86.5(cm), 2016


Piece of sky는 PicCell 작업이 나오기 이전에 픽셀에 대한 저의 고민을 담은 작품들로, 점점 도구화에 익숙해지는 현대 인간상에 대하여 고민하다가 완벽을 추구하는 도구의 성격과 양립할 수 없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포커스를 두고 제작한 시리즈입니다. 도구가 되려면 일단 규격에 맞아야 하고 실제로 우리는 사회가 정한 유형 무형의 틀에 우리를 맞추려 애쓰면서 살아갑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마저도 규격에 맞춘 모양입니다. 저는 이 기본 전제가 틀렸다고 전제하였습니다. 인간이 이미지를 인식할 때에는 기계가 인식하듯 수치화할 수 있는 정해진 정보의 집합체가 아니라, 각기 사람마다 그간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수 많은 가능성과 연결된 역동적인 사고의 파편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 당시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라는 픽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뇌의 반응이고,  입체적이고, 통제할 수 없게 움직이며, 수 많은 파편들이 이어진 것 중 한 조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각이 다른 조각의 일부일 수도 있는 등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형태입니다. 제가 19년에 만든 PicCell의 초기 형태이며 작품의 핵심은 자유로운 움직임이었습니다. 


Box no.42. “Homo homini lupus.”- Thomas Hobbes (42번 상자, “인간은 모든 인간에 대해 늑대이다.”-홉스), oil on canvas, acrylic case, wood cabinet with glass, 33 x 91 x 16.8(cm), 2010


저는 초기부터 인류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관심과 상생의 메시지를 다양한 작업으로 표현해오고 있습니다. 초기 작업에는 인간다움의 상실을 반성하는 작업을 하였고, 이후 그 무엇에도 규정되지 않는 인간의 무한한 가치를 탐구해왔습니다. 현재는 회화 작업을 통해 사회 혹은 타인에 의해 의미와 무의미로 규정된 경계 너머에서 자신의 무한한 가치를 회복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각자가 결과 이전에 자기 삶의 과정을 긍정하기를 바라고, 건강한 개개인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로의 성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보다 타인의 기대치에 맞추기 위한 광고와 정보가 넘쳐납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알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도 되는지 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현대인의 가치관과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잔잔한 파동의 시작점이 되는 작업을 이어 나가보고자 합니다.


Q. 지금까지 작업의 결과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작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여쭈어보고 싶었어요. 작업공간에서 또는 작업시간 느껴지는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집에서 작업하고있어요. 집에 방 하나에 제 작품들과 재료들(과 짐들)이 가득 있는데 짐이 많아서 이젤 앞에 앉을 공간 정도 있는 방이에요. 현재 하는 회화 작업은 크기가 작아서 재료를 꺼내다가 복도 공간에 마련한 테이블 위에서 그림을 그려요. 아이가 학교를 가 있는 시간 동안, 그리고 모든 일과가 끝난 밤에 여건이 되는데, 낮에는 주로 책을 읽거나 서류 작업을 하고 그림은 밤에 그려요. 오전이나 낮에는 별로 그림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 밤이 되면 그림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편이에요. 또 집에 고양이들이 있어서 낮에 작업을 하다가 중간에 다른 일로 제가 자리를 비우면 고양이들이 물감이나 그림을 건드릴까봐 제가 자리를 중간에 비울 일 없는 밤에 쭉 이어서 그리고 다시 방 안에 재료들을 넣어두고 문단속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자꾸 새벽에 자게 되는데 낮밤이 오래 바뀌어 컨디션이 너무 안좋다 싶으면 하루 이틀 작업을 쉬고 다시 밤에 작업을 합니다.


Q. 작품 활동과 현실적인 삶을 병행하며 꾸준히 작업을 지속하려면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이를 양육하시면서 작업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아이 양육하는 동안 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어요. 아이를 케어하느라 작업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국내의 많은 공모전들이 나이 제한을 두고 있어서 그게 아쉬워요. 미국에 레지던시를 갔을 때 신진작가인 60대 여성분들과 같이 있었는데, 그런 환경이 좀 부러웠습니다. 60대면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한국도 나이에 상관없이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최근에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작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관심사가 아니라도 작품에 스며들듯 영향을 끼칠 것 같은 것들말이에요.


저는 우주를 좋아하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우주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요즘에는 취미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종이나 캔버스 위에 조심스럽게 손놀림하며 살다가 뭔가를 치는 동작 자체가 낯설어서 색다른 경험인 것 같아요. 작업을 하느라 연습을 많이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조금씩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면 뿌듯합니다. 그리고 드럼을 연습하기 위한 곡들은 대부분 신나는 곡들이어서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돼요.



Artist's Profile


학력

  • 2007, 서울대학교, 서양화


개인전

  • 2017, 1.2.4., 사이아트 스페이스, 서울
  • 2011, Circle of Life, Life of Circle 아트스페이스, 홍콩
  • 2010, house of THE HUNTED, 갤러리 엠(청담), 서울


단체전

  • 2015, 아트로드 77, 갤러리 논밭, 헤이리
  • 2011, IYAP-스펙타클의 사회, 인터알리아, 서울
  • 2011, 나비의 꿈,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레지던시

  • 2011, Vermont Studio Center, 미국
  • 2009, Prairie Center of the Arts, 미국


작품소장

  • 한국불교미술박물관
  • Prairie Center of the Arts